한 달 1,000만원 버는데도…가사·육아 책임은 왜 ‘나’에게만?

외벌이 부부. 흔히 ‘남편이 벌고 아내가 돌본다’는 전통적 분업 구조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깔끔히 벌고 있는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안 살림과 육아는 전적으로 아내 몫이라는 고발이었습니다. 특히 ‘월 1,000만원’이라는 고소득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서, 단순한 가사분담 논란을 넘어 ‘삶의 균형’과 ‘존재감’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지, 어떤 구조적·심리적 요인이 있는지, 또 실제로 아내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합니다.

현실 ① : 고소득 남편, 넘치는 벌이와 빈곤한 참여

해당 글의 화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남편은 한 달에 약 천만 원을 버는 외벌이 가장입니다. 하지만 아이 돌보기, 가사일 처리, 일상 잡무는 아내가 도맡고 있다는 게 전체 골자였죠.

아내는 “제 삶은요?”라고 묻고 있습니다. 남편의 고소득이 결코 아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자각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외벌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부 간 역할 배분은 여전히 구시대적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소득은 높아졌지만, 가사·육아 참여라는 ‘비가시적 노동’에 대한 책임 분담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아내 쪽에 과잉 부과된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 ② : 가사·육아는 왜 아내 몫이 되는가

(1) 전통적 성 역할 인식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가사를 ‘여성의 몫’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아이 돌보기, 식사 준비, 청소, 세탁 등 생활의 세부적인 일들은 자동으로 ‘아내 책임’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고소득에도 무관심한 남편의 태도

남편이 고소득을 벌어오면 가정 내 위상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내 역할은 이만큼 했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사·육아는 돈으로 측정되지 않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부부 간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3) 제도적·문화적 지원의 부족

육아휴직제, 유연근무제 등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외벌이’이면서 ‘남편이 많이 번다’는 프레임에서는 남편의 참여가 거의 당연히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가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남편이 빠지는 구조가 지속되죠.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면 고소득 남편 + 전통적 역할 배분이라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만들어집니다.

현실 ③ : 아내가 겪는 삶의 공백감

이 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아내의 질문입니다. “제 삶은요?” 남편이 번 돈이 많아졌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삶의 주도권, 정체성, 여가시간 등이 모두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 삶의 주도권 상실

아내는 ‘나라는 사람’이 아닌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아이 돌보기와 집안일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개인으로서의 시간이나 선택권은 점차 축소됩니다.

나. 정체성의 위기

“남편이 벌어오니까 괜찮지 않아?”라는 주변의 시선과 “당신이 번 돈으로 살고 있어”라는 무언의 압박 사이에서, 아내는 자신의 직업·취미·인생목표 등을 돌볼 여유가 사라집니다. 이로 인해 정체성의 위기,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반복됩니다.

다. 여가와 쉼의 결핍

고소득 남편이 집에 더 있는 것도 아니고, 가사·육아 책임을 나누지도 않는다면 휴식은 더욱 줄어듭니다. 아내는 ‘쉬고 싶다’는 욕구조차 죄책감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번아웃 상태에 이르기도 하죠.

분석 : 왜 이것이 사회적 문제인가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노동의 정의 확대

가사·육아는 유급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에서 그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결정과 행동이 필요하며, 가족 구성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2. 양성평등 관점에서의 역설

여성이 바깥일을 하고 있더라도, 집안일 여전히 대부분 여성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이는 양성평등을 가로막는 숨은 장벽입니다. 외벌이 상황이라 하더라도 가사·육아 참여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3. 가족 기능과 정신건강 문제

한쪽이 과중한 가사·육아 부담을 지게 되면 가족 전체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피로와 스트레스, 우울감, 부부관계 악화 등이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아이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4.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 간의 괴리

월 1,000만원이라는 고소득은 언뜻 풍요로워 보이지만, 삶의 질이 반드시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균형을 잡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이 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례 재구성 : 아내 A씨의 일상

아래는 이번 커뮤니티 글에 기반해 가공·재구성한 아내 A씨의 하루입니다.

오전 6시 30분: 아이 깨우고 배변·아침 준비. 남편은 회사 출근 준비.
오전 9시: 남편 출근 후 A씨는 집안 청소 및 세탁 시작. 아이 등원 준비.
오전 10시: 아이 유치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후속 정리.
오후 12시: 점심 준비. 아이 하원 이후 간식 및 숙제 지도 준비.
오후 3시: 아이 하원. A씨는 피곤하지만 아이와 놀아주기. 남편 퇴근시간까지 집안일 이어짐.
저녁 7시: 남편 귀가. 식사 후 정리·설거지 등 이어짐. 남편은 휴식.
저녁 10시: 아이 재우고 A씨 자신의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내일 준비 때문에 눕자마자 다음날이 시작됨.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내 삶은 언제?”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물론 이 사례는 한 개인의 것이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해결을 위한 방향 제시

문제는 단순한 불만 제기로 끝나선 안 됩니다. 실제로 변화 가능한 방향을 제시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가사·육아 참여에 대한 명확한 대화

부부가 정기적으로 대화를 갖고 역할분담을 설정해야 합니다. 남편은 ‘벌어오는 것’ 외에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주간 가사·육아 리스트 작성
각자 가능한 시간과 부담 가능한 범위 설정
‘누구 책임’이 아닌 ‘우리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

2. 제도적 활용 및 외부 도움

유연근무제·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남편과 아내가 함께 계획
가사도우미, 아이 돌봄 서비스 등 외부 지원을 받는 것도 실질적인 대안

3. 아내의 삶 회복을 위한 시간 확보

아내도 본인의 삶을 되찾아야 합니다. 개인의 취미, 친구와의 교류, 잠깐의 쉼 등이 필요합니다. 남편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4. 문화적 인식의 변화

사회적으로 가사·육아를 ‘누군가의 몫’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수입니다. 기업·언론·교육기관 차원의 성 평등 캠페인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고소득이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 않는 것들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가정의 책임과 역할을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이번 커뮤니티 글이 주목받은 이유도 바로 그 간극 때문입니다. 벌이는 많지만, 삶의 균형과 존재감, 책임의 공유가 없는 가정은 여전히 ‘불평등’의 구조 안에 놓여 있습니다.

아내는 묻고 있습니다. “내 삶은요?” 이 질문에 남편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또 사회는 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왜 이런 일이 당연시되고 있는가’라는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됩니다.

여행 가는 길

한 달 1,000만원 버는데도…가사·육아 책임은 왜 ‘나’에게만? – 외벌이 부부의 숨겨진 갈등 들여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