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밤 끝나고 남은 물총, 다 어디로 갔을까? 재사용부터 재활용까지 친환경 해법 공개

매년 여름이 되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축제가 있다. 바로 ‘워터밤(Waterbomb)’이다. 수만 명의 관객이 물총을 들고 음악과 함께 더위를 식히는 이 뮤직 페스티벌은 이제 여름철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가 끝난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달군 주제가 있다. 바로 축제장에서 버려진 수천 개의 플라스틱 물총이다.

많은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축제는 진정한 문화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일회용 물품으로 넘쳐나는 현장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번 2025년 워터밤은 조금 달랐다. 주최 측과 환경단체가 사전에 손을 잡고 친환경적 처리 시스템을 마련한 덕분이다. 과연 버려진 물총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지금부터 그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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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 서울 2025, 수만 개의 물총이 쏟아진 날

지난 8월 4일부터 6일까지 고양시 킨텍스 야외무대에서는 ‘워터밤 서울 2025’가 성황리에 열렸다. K-POP과 힙합 아티스트들의 열정적인 무대, 그리고 관객들의 물총 세례가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물의 전쟁터 같았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 현장에는 수많은 버려진 물총이 남겨졌다. 장난감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이 물총들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회용 쓰레기’로 전락할 뻔했다.

“걱정 마세요, 이 물총은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달랐다. 워터밤 주최 측은 환경단체 ‘사단법인 트루(TRU)’와 협업해 축제 전부터 물총의 재사용 및 재활용 방안을 계획했다. 그 결과, 워터밤에서 사용된 물총 약 1,500여 개 중 다수가 다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길을 찾았다.

✅ 재사용 가능한 물총은 ‘기부’로

상태가 양호한 물총은 고양시 인근 지역의 아동센터와 비영리 기관에 기부될 예정이다. 특히 ‘농부시장 마르쉐’ 측에서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물총 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축제에서 단 한 번 사용된 물총이 아동들의 놀이 도구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 재사용 불가한 물총은 ‘분해 후 재활용’

깨지거나 손상된 물총은 재활용 라인으로 보내진다. 고양시에 위치한 트루 사무실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물총의 물기를 닦고, 색상과 크기별로 분류한 후 분해 작업에 돌입한다. 물총은 장난감 중에서도 분해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나사와 펌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어 재활용 효율이 높다.

박준성 트루 사무총장은 “어두운 남색 계열의 플라스틱은 장난감 중에서는 귀한 재료로, 재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분해된 플라스틱은 펠릿(낱알) 형태로 쪼개지고, 다시 압축되어 플라스틱 판재로 재탄생된다.

플라스틱 판으로 다시 태어나는 물총들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단순히 폐기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트루와 워터밤 주최 측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토존, 설치미술, 부스 인테리어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오는 8월 26일 개최 예정인 ‘워터밤 부산’과 9월 23일의 ‘워터밤 속초’에서는 재활용 물총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토존이 실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재활용의 순환 구조는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축제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안도 필요하다”

물론 재활용은 긍정적인 시도지만, 근본적으로는 일회용 사용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원순환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주최 측에서 사전 대책을 세운 점은 좋지만, 관객들이 물총을 일회용처럼 소비하도록 유도한 측면은 아쉽다”며 “보증금 대여제 같은 시스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터밤 측 환경 컨설팅을 담당한 권세은 미닝에코 대표는 “앞으로 공식 물총은 튼튼하게 제작해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대여-반납 구조의 시스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워터밤, 환경을 생각하는 축제로 거듭나다

2025년 워터밤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환경과의 공존을 고민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축제를 즐긴 그 순간의 열기만큼, 끝난 후의 흔적까지 책임지려는 노력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물총 하나에도 가치를 담고, 그것이 단순한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속 가능한 축제 문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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